素菴 玄中和의 書藝術 造形性 硏究 - 行草書를 中心으로 -

Abstract

서예는 문자를 아름답게 쓰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문자의 조형성, 더 나아가 작가의 인격적 수양과 내면세계의 깨달음을 필묵에 응축하여 즉흥적, 일회적으로 표현하는 정신예술이다. 선인들이 서예 작품을 창작하거나 비평할 때 한자를 분명하게 기록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었고, 그 다음이 기법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작가의 사상과 정신을 가장 중시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즉, 서예는 작가의 삶과의 만남을 한자의 형태를 빌어 표현해내는 고도의 예술이다. 작품의 형태를 빌어 작가의 예술적인 자질뿐만 아니라 사상과 철학 등의 정신세계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 1907～97)는 한국의 서예사에서 근?현대에 걸쳐 행초서로 일세를 풍미한 서예가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소묵회를 중심으로 활동한 제주의 '지역작가' 정도로만 알려졌었다. 그는 1930-40대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육조해(六朝楷)'의 선구자였으며, 귀국한 이후인 1950-60대에는 '국전'을 무대로 행초서를 육조해로 재해석하여 한국 서예의 이채(異彩)로 자신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열었던 서예가이다. 그리고 1970-80대 그의 예술세계를 고찰하면, 한국 서예의 거장을 넘어 20세기 한?중?일의 근· 현대 서예의 역사적 맥락에서 중심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소암의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한글 혼융(混融) 중에서 백미라 할 수 있는 행초서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의 근?현대 서단에 미친 그의 서예 세계의 위상을 조명하였다. 그에 관한 이론적 자료 수집과 작품분석을 시도함으로써 그의 예술이 탄생한 배경, 조형적 사고의 파악, 그리고 예술적 목표와 지향을 가늠함으로써 그를 재조명하기 위한 객관적, 구체적 자료를 다음과 같이 추출하였다. 첫째, 고전임서를 중시하는 학습관, 서론(書論) 및 필묵관을 고찰하였다. 둘째, 평생 동안 학습한 임서(臨書)와 자운(自運)의 고찰을 통하여 그의 원류가 일본의 '어가류(御家流)' 가 아닌 중국의 육조(六朝)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면서도 범본(範本)의 경우 중국의 고전법첩을 임모하였지만 모방에 그치지 않았고, 자신의 창의성을 가미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한 점이다. 셋째, 천부적인 재주의 소유자이면서도 평생 동안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향해 전진했던 순수한 예술가였다는 점이다. 넷째, 소암의 '서' 작품에서 장조폭(長條幅)을 중심으로 연면의 표현기법을 연구한 결과, 문자의 연속적인 변형 가능성, 그리고 점층(漸層)을 형성하는 연면의 아름다움이 조형적 측면에서 고찰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소암 예술의 특징은 법에서 법을 깨고 나오는 작품의 경계(境界)와 어떤 가식도 없이 그만의 인간적 성정과 기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서예는 조형적 혹은 미학적으로 완성기에 도달했던 바 '소암체(素菴體)'라는 아칭이 시사하듯이 탈속(脫俗)한 경지로 자신만의 독특한 서풍을 전개한 것이다. 본 논문은 한국의 서예사에서 소암의 서예술 세계를 연구하고, 그의 고전학습 방법을 활용 가능한 서예교육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연구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