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의 작품세계에 나타난 매체적 특성

Abstract

권영우(1926-2013)는 해방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전통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해방 1세대' 화가이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구성요소를 갖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지라는 매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하며 한국화의 표현영역을 확대하였다. 본 논문은 이러한 권영우의 작품에 나타나는 매체의 특성에 대한 연구로서, 작가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작품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가 한국화의 내용적인 측면과 기법적인 측면 모두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초기 구상작품시기인 1950년대의 작품은 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소재로 비구상적 표현을 시도하였다. 이는 전통 한국화의 양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한지 실험시기인 196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화의 전통 재료 중에서도 한지의 물성에 주목하며 필묵을 배제하고 손으로 찢어 붙이는 등 자신만의 표현 양식을 과감히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한지 작품의 집중기인 1970년대부터는 주로 도구를 이용하여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형태와 농담의 변화를 통해 백색 화면에 공간감과 입체감을 불어넣는 추상작업에 매진하였다. 이후 1978년부터 1989년까지의 프랑스 체류 시기 동안 그는 작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기존의 백색 화면에 선조(線彫)를 부각시키고 먹과 채색을 도입하며 한국화의 회화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이처럼 권영우의 작품은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규범적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하려는 예술정신의 발로로서 요약할 수 있다. 이렇듯 그의 삶과 작품에 나타나는 전통 지향적 사고와 창조적 실험정신의 조화로운 결합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 위축되어 있는 한국화 화단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Kwon Young-woo(1926-2013) is a first-generation painter of liberation who was assigned the task of modern succession to the traditional Korean painting during the chaotic times of liberation and the Korean War. He expanded the expression of Korean painting by getting out of the stereotype that require the components: paper, writing brushes and ink stick and then developing his original style intensively focusing on a media, Hanji. As a study about such characteristics of media in the works of Kwon Young woo, this paper analyzes his works from the 1970s to the late 1980s called the prime of his life and tries to reveal that he pioneered a new field in both the content and the technique of Korean painting. In 1950s, the early conception period he usually tried to make nonobjective expression of subjects that were usually encountered in daily life, which revealed his point of view to be free from the traditional Korean painting style. And from the mid-1960s: period of Hanji experiment, noting the nature of hanji among traditional Korean painting materials, he began to try his original expressions like tearing and pasturing it with his hands except pen and ink. Then from the 1970s focusing on the Hanji works, he focused on abstract works that instilled a sense of space and cubic effect into the white screen through changes in form, light and shade that occurred by accident, mainly using tools. Later during his stay in France from 1978 to 1989, he faced a new turning point in the way he worked. He reinterpreted the characters of Korean painting with a modern sense by highlighting the lines on the existing white screen and introducing ink and coloring. All told, Kwon's work can be summarized as a footstep in the artistic spirit of not only inheriting the tradition of Korean painting but also seeking to break away from the normative framework and building his own original world of painting. The study of the harmonious combination of traditional-oriented thinking and creative experimental spirit revealed in his life and work will lay the foundation for the development of the Korean art circle, which is shrinking today.